(간호학과 실습) 암울편 - 체온계 -
성인간호학 실습 중 일어난 한 가지 일이였다
이브닝 선생님들이 테이크아웃 커피 하나씩 들고 온다. 누군가 표정이 안좋은걸로 봐서 커피 내기를 했으려나..?
“안녕하세요”
네~
분명 5명에게 인사를 했지만 한 선생님만이 받아주었다. 실습 중에 인사를 무시당하는건 다반사적으로 발생한다.
이브닝 번이 오면 물품카운팅을 시작하게 된다 물품카운팅은 병동내에 있는 물품의 개수를 정확하게 파악함에 있어 중요하기에 각 번마다 시행하게 된다.
실습생은 물품카운트도 관찰(observation)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했을까? 그 때는 그냥 가만히 있는 행위 자체가 눈치가 보여 그걸 보곤 했다.
“체온계가,, 하나가 비네..”
간호사 선생님이 물품카운트를 하는 과정에서 체온계가 비는 걸 확인했다,
“이상하네 스테이션에 있나?”
어깨넘어로 본 간호사 선생님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아마도 병원 생활 자체가 그냥 무료해서 일까 아니면 그냥 어딘가 있을 체온계가 대수롭지 않은 듯 했을까
“없네 학생 혹시 체온계 바이탈 때 쓰고 어디다 뒀어?”
“아까 10시에 바이탈 잴 때 쓰고 제자리에 뒀습니다, 저도 한번 찾아볼까요?”
간호사 선생님은 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호주머니 뒤져봐 혹시 주머니에 있는거 아니야?”
“아뇨 없습니다”
“응~ 그래 알았어~”
그러고서 얼마나 지났을까 한 시간 뒤 쯤에서 선임선생님이 학생간호사를 호출했다
“학생아 일로 와바”
“네 선생님 어떤 일로 부르셨어요?”
“체온계 있잖아 혹시 잃어버렸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우린 체온계를 잃어버린 사람이 되어버렸다.
“괜찮아 지금 말해 그래야 빨리 찾지”
우리 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 바이탈을 재고 제자리에 두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저희는 10시에 바이탈을 재고 제자리에 두었습니다.”
이 말을 하자 선임선생님은 한 숨을 쉬며 명찰에 적힌 학교 이름을 물끄러미 보았다
“하,,”
“학생선생님들아 병동에서 체온계 학생선생님들이 제일 많이 쓰잖아? 근데 없으면 학생들이 실수로 흘릴 확률이 좀 높겠지”
정말 어이없는 주장이였다. 간호사 또한 사람인지라 체온계를 쓰고 제자리에 두지 않을 경우도 있다 오히려 간호사가 일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에 가능할수도 있지만 이미 병동에서는 우린 실습 중에 칠칠치 못하게 병동 물품을 잃어버린 못난이 둘 로 찍혀버렸다.
“학생들 이거 그냥 넘어갈일이 아니야, 체온계는 엄연히 병동 물품이고 그래서 물품을 카운팅하는거야 만약 사라진게 체온계가 아니라 약물이면 어쩔 거야?”
선임선생님의 어처구니 없는 말에 둘은 할말을 잃어버렸다. 분명히 사용한 시각 그리고 두 명이 제자리에 갔다 놓았다고 말했지만 도저히 납득을 못하는 눈치였다.
여기서 사과를 하면 우리가 하지도 않은 잘못을 시인하는 꼴일테고 잘못을 부정하는을 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이미 선임선생님은 우리 둘이 범인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 참 진짜 답답하네,,”
하면서 선임선생님은 고개를 푹 숙인 우리를 앞에 두고 무시한 채 그냥 컴퓨터로 전산업무를 보셨다.
다음날
“안녕하세요“
인사를 안 받아주었다 단 한명도 말이다. 어제 받아주었던 선생님 또한 그냥 우리를 무시하였다.
”어제 일 때문인가봐“
”하 그러게,, 우리 잘못 아닌데,,“
속상한 마음에 병동 스테이션 외진 구석에서 쉰 소리를 뱉었다.
10시가 되자 자연스럽게 바이탈을 재려고 하는데
”학생 바이탈 재지말고 그냥 아무것도 시키지마“
선임선생님이 전산업무를 보는 중 의자를 휙돌리더니 넌지시 다른 간호사 선생님께 말했다.
담당간호사 선생님은 그냥 우리를 몇 번 쳐다보더니 그냥 본인 업무를 하러 갔다.
그렇게 우리는 병동 실습 5일만에 그냥 병풍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병동 실습은 이제 2주가 더 남았는데 우리는 이미 글러버린 존재가 되어 실습생이 아닌
걸리적 거리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우리가 어떤 걸 보려고 할 때 병동 물품을 쓰려고 할떄 무언의 압박과 눈치가 동반되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나 나중에 보니 체온계는 어떤 간호사 선생님이 병동에서 체온을 재다가 주머니에 넣은채 떨어트렸고 침대 밑 구석에 있던 걸 청소여사님이 찾으셨다
놀랍게도 체온계를 찾은건 잃어버린지 3일 뒤였다.
그런데도 결국 선임선생님은 우리에게 어떤 사과도 하지 않으셨고 마지막날에는
”학생들은 실습하면서 예의를 좀 갖춰야 할 거 같아 병원은 학교가 아니니까“
이러고서 성인간호학 첫 실습은 종료되었다.